

© Mancuso e Serena Architetti Associati. Courtesy of ARKO
Arts Archive, Arts Council Korea.
“길 사이 집 사이 나무 사이 과거의 것에 미래의 것을
겹쳐 현재의 것과 합한 새로움을 만든다.”
— 김석철,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설계 스케치
메모,
1990년대 초반 추정
1990년대 초반 추정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한국의 건축가 고 김석철과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만쿠조의 공동 설계로 이루어진
협업의 결과물이다. 현재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니 공원의 26개 국가관 중 가장 마지막에 지어진
곳으로, 건립 당시 엄격한 제한 조건들을 풀어 지은
집이기도 하다. 자르디니 공원 안의 오래된 벽돌 건물을
중심으로 증축한 한국관은 일반적인 전시관 같지 않은
철골조의 비정형 유리 건물이다. 투명한 몸체, 직선이
아닌 자유로운 곡선의 평면, 땅 위에 가볍게 떠 있는
구조체와 같은 한국관의 특성은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많은 큐레이터와
작가들은 한국관이 화이트 큐브 전시장이 아니라 오히려
‘집의 거실’과 비슷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러한 한국관의 배치와 형상은 건립 당시 부지 내 나무를 한 그루도 손상시켜서 안 된다는 강박적인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시가 없는 기간에는 한국관이 베니스 시민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는 베니스 시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나무로 된 기단 위에 건설된 베니스라는 도시의 계획 지침과 연결해보면 나무는 단순히 한국관의 설계 제약 조건만이 아니라 도시의 생존 역사를 반영하는 대상이다. 또한 나무를 존중하며 완성된 한국관 건축은 투명함과 가벼움, 이동가능성과 같은 건축의 미래적 가치를 함께 품고 있다. 한국관 설계와 관련된 이와 같은 숨은 이야기들은 2023년 프랑코 만쿠조가 한국 정부에 기증한 아카이브를 통해 일부 밝혀졌다. 이를 통해 촉발된 논의들은 그간 많은 큐레이터와 작가들에게 전시 장소로서는 저평가받았던 한국관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나무’는 도시의 역사와 건축의 미래를 겹쳐보도록 이끄는 매개체이자 《두껍아 두껍아》 전시를 풀어가는 단초가 되었다.
이러한 한국관의 배치와 형상은 건립 당시 부지 내 나무를 한 그루도 손상시켜서 안 된다는 강박적인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시가 없는 기간에는 한국관이 베니스 시민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는 베니스 시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나무로 된 기단 위에 건설된 베니스라는 도시의 계획 지침과 연결해보면 나무는 단순히 한국관의 설계 제약 조건만이 아니라 도시의 생존 역사를 반영하는 대상이다. 또한 나무를 존중하며 완성된 한국관 건축은 투명함과 가벼움, 이동가능성과 같은 건축의 미래적 가치를 함께 품고 있다. 한국관 설계와 관련된 이와 같은 숨은 이야기들은 2023년 프랑코 만쿠조가 한국 정부에 기증한 아카이브를 통해 일부 밝혀졌다. 이를 통해 촉발된 논의들은 그간 많은 큐레이터와 작가들에게 전시 장소로서는 저평가받았던 한국관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나무’는 도시의 역사와 건축의 미래를 겹쳐보도록 이끄는 매개체이자 《두껍아 두껍아》 전시를 풀어가는 단초가 되었다.